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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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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료 일시
Apr 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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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테크코스 5기 글쓰기 교육의 일환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정들었던 작업실을 정리했다. 스피커는 고향 친구에게로 떠났다.
새벽 2시, 이제 잠들어야 하지만 백여 명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긴장과 두려움에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만 지나면 드디어 하고 싶던 공부를, 하고 싶던 환경에서, 백 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걸까?
연예인 같던 포비를 실물로 만날 수 있는건가?
마침내 기다리던 알람이 울리고, 태어나 처음 가보는 길에 올랐다.
검정치마의 기다린 만큼 더를 틀고, 7호선 - 3호선 - 2호선을 순서대로 갈아탔다.
바쁜 사람들이 지나가고 마침내 지하철이 잠실에 도착했다. 말로만 듣던 루터 회관이었다.
잘할 수 있을까?
서로의 존재를 어렴풋이 아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옅은 긴장감을 느꼈다.
아마 경계보다는 어색함이었지 않았을까?
온보딩 조의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스스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서로 여정을 함께하고자 모인 것 같았다.
연극이 어떻게 되던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함께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는 어색한 순간이 행복했다.

경쟁이 없다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고를 꽤나 유연하게 풀어준다.
새로운 생각이나 의심을 해도 눈치주거나 거절받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고민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도 더 존중하고,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된다.
조용하지만 치열한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서로 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동료로 더 의미있는 것들을 함께 찾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답도 없다

우테코에는 정답도 없다. 정답이라고 하는 것들을 계속 의심한다.
세상은 정답 아니면 오답이 아니었나? 처음에는 정답을 찾지 않고 지나가도 될까 싶었다.
그러나 곧 정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근거가 중요한 것임을, 내가 알던 그 세계는 이미 오래 전 지나갔음을 깨달았다.
정답 대신 서로의 생각과 근거를 존중하고, 공유하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간다고 느낀다.
그동안은 근거를 정리해 본 적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상대방을 내 사고 과정에 동참시키려고 했다.
사고 과정 속에서 같은 결론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걸리며, 수동적이다.
상대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들어주지 않는다면 어렵다.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느낌이 아니라 나만의 근거와 기준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조급해하지 말자

누구나 머리로는 조급해하지 말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황에 의해 흔들린다. 이미 오래도록, 수백 번 흔들려왔다.
조급하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주변을 의식하게 된다.
남들이 하고 있으면 같이 움직여야 할 것 같고, 그렇게 의심없이 인생의 주도권을 넘겨준다.
자주 그래왔고,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한 번 쯤은 내가 이 일을 스스로 하는게 맞을까? 의심해 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직 어렵지만, 작은 일부터 해 나가고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우테코에서 가장 좋은 점은 누군가 무엇을 하라고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캠퍼스에서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휘둘리고 흔들리기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 하는 일은 그 동기와 근거가 자신에게 있으므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모인 우테코는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이 넘친다.
우테코는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것,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연구하고, 공부하고, 공유한다.
때때로 생각을 공유하고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으니 어느 때보다 공부가 행복하다.
몸은 힘들다. 몸이 2개였으면 좋겠다. 하나는 자고, 하나는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이 일을 기꺼이 함께할 동료들이 생긴 중요한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싶다.